켜기는 했는데 빈 칸 앞에서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분을 위한 두 번째 안내서
"뭘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"는 상상력의 문제가 아닙니다. 찾는 방향이 반대라서 생기는 일입니다. 우리는 보통 "AI로 뭘 할 수 있지?"를 떠올리려 하는데, 그 질문에는 답이 잘 안 나옵니다. 방향을 뒤집어 "오늘 내가 귀찮았던 일이 뭐였지?"에서 출발하면, 질문거리는 이미 하루 안에 널려 있습니다.
AI를 처음 쓰는 분들이 흔히 하는 시도가 있습니다. 평소에 안 하던 대단한 일을 시켜 보는 것입니다. "사업계획서를 써 줘", "소설을 써 줘" 같은 것들이죠. 결과물은 그럴듯하지만 당장 쓸 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. 원래 안 하던 일이니까요.
그러고 나면 "AI 별거 없네"로 끝납니다. 정작 매일 하던 귀찮은 일은 그대로 손으로 하면서요.
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일. 대개 "정리"나 "다시 쓰기"입니다.
빈 화면 앞에서 첫 줄을 못 쓴 일. 초안만 있으면 금방 끝날 일입니다.
귀찮아서 내일로 넘긴 일. 미루는 이유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번거로워서라면 후보입니다.
이 셋 중 하나라도 떠올랐다면 그게 오늘의 질문거리입니다. 거창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. "메일 한 통 다듬기"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.
사람들이 AI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글쓰기, 정보 찾기, 생활 속 실용 안내입니다(2025년 9월 미국 전미경제연구소(NBER) 연구에 따르면 ChatGPT 대화의 약 80%가 이 셋이었습니다). 아래는 그 흐름에 맞춰 질문을 네 묶음으로 정리한 것입니다. [괄호]만 내 상황으로 바꿔서 그대로 넣어 보세요.
붙여넣기 전에 한 번만 확인하세요. 위 질문 중 실제 문서를 붙여넣는 것들이 있습니다. 회사 자료·고객 정보·계약 내용, 아이 이름·집 주소가 보이는 안내문이나 사진이 들어 있다면 그대로 넣으면 안 됩니다. 무엇을 빼고 어떻게 바꿔 넣는지는 다음 편 「이것만은 넣지 마세요」에서 다룹니다.
같은 질문인데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이유는 대개 빠진 정보 때문입니다. AI가 확실히 아는 것은 이번 대화에서 말해 준 것뿐입니다. 이전 대화를 기억하는 기능(메모리)이 있어도 지금 상황에 맞는지는 모르니, 말해 주지 않으면 가장 무난한 답을 내놓습니다. 무난한 답은 곧 쓸모없는 답입니다.
| 무엇을 | 어떻게 말하나 | 왜 필요한가 |
|---|---|---|
| 내가 누구인지 | "저는 [직업/상황]입니다" | 같은 질문도 상대에 따라 답이 달라져야 합니다 |
| 어떤 조건인지 | "[예산/기간/인원]은 이렇습니다" | 조건을 모르면 교과서적인 답이 나옵니다 |
| 어떤 형식으로 | "표로 / 5개만 / 300자로" | 형식을 정해야 바로 쓸 수 있는 모양이 됩니다 |
여기에 하나 더 붙이면 결과가 또 한 단계 좋아집니다. "이런 느낌으로"라며 예시를 보여주는 것입니다(예시 하나면 원샷, 두세 개면 퓨샷이라고 부릅니다).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예전 자료를 붙여넣고 이 톤으로 써 주세요라고 하면, 설명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감각이 그대로 전달됩니다.
초보자와 익숙한 사람 사이에는 질문 한 번의 정교함보다 마음에 안 들 때 그 자리에서 고쳐 달라고 하는 습관의 차이가 큽니다. 결국 몇 번 주고받느냐입니다.
처음 쓰는 분은 답이 마음에 안 들면 창을 닫습니다. 익숙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고쳐 달라고 말합니다. 실제 작업은 대개 이렇게 흘러갑니다.
경험상 대개 서너 번이면 쓸 만한 모양이 잡힙니다. 처음 한 번에 완벽한 질문을 쓰려고 애쓰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입니다. 고쳐 달라는 말 한 줄은 부담 없이 던져도 됩니다(무료 플랜은 몇 시간당 사용 횟수 한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).
기억해 둘 한마디 — 답이 별로일 때 가장 쓸모 있는 말은 "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?"입니다. 답의 전제와 가정이 말로 나와서 내 상황과 어긋난 곳을 찾는 단서가 됩니다. 그 지점만 고쳐 달라고 하면 됩니다. 다만 AI가 내놓는 설명은 실제 계산 과정과 다를 수 있으니, 설명을 정답의 증거로 믿기보다 "그 가정이 내 상황에 맞나"를 내가 확인하는 용도로 쓰세요.
쓸 만해지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회사 자료를 넣고 싶어집니다. 그 직전에 꼭 읽어야 할 편이 하나 있습니다.
다음 편 「이것만은 넣지 마세요」에서 최소한의 기준을 정리합니다.